[앵커]
경기 동두천에는 국가 폭력의 상징 공간인 옛 성병관리소가 남아있습니다.
과거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겠다며 정부가 운영했던 곳인데요.
최근 이 건물에 대한 철거 공사가 확정됐는데, 철거냐 역사적 공간으로 보존해야하느냐를 두고 마찰이 일고 있습니다.
문승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굴삭기가 수풀을 헤집으며 동두천시의 옛 성병관리소 건물로 다가갑니다.
시공사 측이 철거 작업을 위해 이곳 성병관리소 인근 언덕에서 진입을 시도했는데요.
이렇게 바닥 벽돌이 깨졌고, 나무들도 쓰러졌습니다.
옛 성병관리소의 역사는 1973년,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 확산을 막겠다며 정부가 괸리소를 지으면서 시작됐습니다.
2022년에는 대법원이 강제 입소 여성들을 국가 폭력의 피해자로 인정했습니다.
<강제입소 여성> "제가 한 번 겨울에 도망도 나왔어요. 도망 나왔는데 붙잡혀서 또 가고…완전히 감옥이었죠. 밖에도 못 나가고 통제가 됐었죠."
1996년 폐쇄된 후에는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입니다.
동두천시는 29억원을 들여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는 소요산 일대 개발 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두천시 관계자> "온천하고 호텔을 유치하려고 하고 있고요. 소요산 확대 개발을 해야지만 시민들의 여가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이 더 커지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철거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역사적 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희신 /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활동가>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을 강제화했던 시설이라는,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그리고 전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건물이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있고요."
시에선 철거 후 역사비를 세우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안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당분간 갈등은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문승욱입니다. (winnerwook@yna.co.kr)
[영상취재기자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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