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제쏙쏙 시간입니다.
오늘도 경제부 강은나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 첫 소식, 호텔업계 얘기네요.
간단한 호텔 기념품이나 욕실용품 파는 건 봤는데, 요즘에는 호텔들이 김치도 팔아요?
[기자]
네. 그냥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잘 팔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호텔들이 자체브랜드, 그러니까 'PB 상품' 판매 경쟁에 팔을 걷어붙인 모습입니다.
김치도 팔고, 이불이나 향수도 팔고, 옷도 팔고요, 안 파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먼저, 조선호텔 같은 경우 김치, 가정간편식 등을 팔고 있는데요.
2018년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한식뿐만 아니라 중식, 양식을 망라한 50여종의 간편식을 팔고 있고요.
조선호텔 김치는 올해 1~7월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 올랐습니다.
침구 전용 브랜드 '더 조선호텔'도 운영 중인데, 침구 관련 브랜드 매출 1위입니다.
워커힐은 1997년부터 김치를 팔기 시작해서 오랜 단골이 많은 편이고, '워커힐 스토어'를 운영 중입니다.
롯데호텔도 올해 1분기 김치 매출이 전 분기보다 20% 넘게 늘었습니다.
김치 외에 커피 정기 배송 서비스도 인기고요, 침구 브랜드도 따로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호텔은 1분기 디퓨저 매출이 1년 전보다 80% 급증했습니다.
이 밖에 켄싱턴 호텔앤리조트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는 리테일 전문 매장을 제주 서귀포에 열어서 특산품 등을 판매하고 있고, 글래드나 아난티 호텔도 자체 온라인 몰을 운영하면서 자체브랜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앵커]
고급 호텔들이 이렇게 식품 사업이나 생활용품 판매에 뛰어든 배경이 궁금하네요.
소비자들이 찾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물론 품질도 품질이겠지만, 업계에서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저희가 이전 경제 쏙쏙에서도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작은 사치라는 뜻의 '스몰 럭셔리'는 적은 비용으로 고급스러운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문화를 뜻합니다.
집에서도 '호캉스'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고객이 호텔로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이제는 호텔이 고객 집으로 찾아오는 그런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다음 주제 보죠. 요즘 러닝, 달리기가 참 인기죠. 강 기자님, 러닝 좀 하세요?
[기자]
러닝화만 있습니다.
[앵커]
저는 러닝화는 없고 일반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는 하는데요.
한동안 골프가 인기더니, 테니스를 지나서 이제는 러닝으로 운동 '대세'가 바뀐 것 같아요. 업계에서도 '러닝'이 화두라고요?
[기자]
네. 저희가 앞서 '러닝화 계급도'를 소개해드린 적 있습니다.
러닝 붐이 일면서 러닝화의 품질, 기능, 가격을 비교해서 줄을 세운 목록이었죠.
실제로 러닝 인기에 운동화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 조사한 연도별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인데요.
지난 2020년 3조2천억원대에서 지난해에는 4조원까지 늘었고, 올해 4조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추산됩니다.
축구화, 등산화 같은 여러 운동화가 포함된 통계인데요,
이 가운데 러닝화 시장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러닝화가 국내 전체 운동화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운동화뿐만 아니라 러닝 관련 의류 매출도 늘었습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레깅스 같은 '애슬레저' 의류 거래액이 올해 전년 동기 대비 495%나 증가했습니다.
요즘엔 달릴 때 그냥 달리지 않죠? 러닝하시는 분들 보면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달리는 모습 많이 보이는데요.
실제로 러닝 관련 스마트폰 앱도 인기라고 합니다.
이런 앱들은 운동 시간을 기록하고, 운동 가이드 기능을 제공하는데요.
그래프로 보시듯이 대체로 1년 전보다 20~30% 넘게 설치율이 각각 올랐고요.
러너블의 경우 8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60% 정도 앱 설치자가 급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러닝 관련 책도 잘 팔리고 있습니다.
특히 20·30세대들의 러닝 관련 책 구매율이 2년 전보다 85% 넘게 뛰었습니다.
[앵커]
러닝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건데, 러닝이 왜 이렇게 인기인 건가요?
[기자]
사실 앞서 유행했던 골프 같은 경우 장비도 비싸고, 라운딩 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컸습니다.
하지만 러닝은 운동화와 운동복만 챙기면 어디서든 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비용 자체가 낮습니다.
말하자면 '가성비 좋은 운동'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러닝이 뜨면서 골프 관련 시장은 침체한 모습인데요.
국내 골프클럽 오프라인 시장 성장률을 보시면 2021년엔 39%, 2022년엔 21% 성장했는데, 지난해에 10% 역성장했고,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마이너스(-) 23%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골프의류도 상황이 마찬가지입니다.
1~5월 주요 백화점의 골프복 매출 신장률이 저조합니다.
0%에서 5.5% 사이로 조사됐습니다.
러닝이 인기 있는 이유는 또 있는데요. 요즘 러닝이 '크루'라고 해서 여러 명이 그룹을 지어 서로 독려하면서 운동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음을 유발하고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 제한"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이런 동호회를 통해서 운동도 하고, 친목 활동도 하는,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가 MZ세대에서 유행하는 것도 러닝 인기의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네. 다음 주제 보죠. '디즈니 번개 패스'. 이거 돈 내면 줄 서지 않고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얘기죠? 말이 많던데요?
[기자]
디즈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죠.
놀이기구 앞에 줄을 설 필요 없이 곧바로 탈 수 있는 '번개 레인 프리미어 패스'라는 걸 선보였습니다.
극히 한정된 수량으로 시범 출시했는데, 기본 입장권에 더해서 추가로 구매하는 겁니다.
날짜와 당일 수요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책정되는데요,
일단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 오는 30일부터 살 수 있고, 가격은 최저 137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8만원 정도이고, 최고가는 478달러, 약 65만원입니다.
미국 다른 지역 디즈니월드나 디즈니랜드에서도 세금 별도 400달러 정도에 일단 시범 판매한다고 합니다.
디즈니 리조트 1일 입장권 가격이 14만원 정도거든요? 그러니까 최대 4배가 넘는 가격에 이 번개 패스를 파는 겁니다.
[앵커]
줄 안 서고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네요.
이런 놀이공원은 혼자 가기보다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잖아요. 4인 가족이 각각 구입한다고 치면 250만원이 넘는데요.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반응은 엇갈립니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돈으로 새치기 특권을 판매하는 것 아니냐", "경제력으로 손님을 차별하는 것이다",
"번개 패스를 이용하는 다른 가족들을 보면, 돈이 없어서 자녀와 함께 줄 서고 있는 부모는 죄책감을 느낄 것이고, 자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동심 파괴다" 이런 부정적 반응이 있습니다.
반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시간은 소중한 자원이고, 돈을 내고 그 시간을 사는 것 뿐이다.", "시장 경제 원칙에 부합하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거래이다", "강제성 없는 선택의 문제이다", "비행기 일등석을 돈 주고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의견들입니다.
놀이공원에 이런 'VIP 패스'가 도입된 게 처음은 아닙니다.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익스프레스 패스'라는 이름으로 줄서기를 면제해주는 입장권을 팔고 있고, 국내에서는 에버랜드, 롯데월드도 이런 종류의 패스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없는 요즘인데요.
줄서기 면제권, 가치관의 문제와도 맞물려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주제 보죠.
'다 쓰고 가련다'. 요즘 노년층의 상속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다고요?
[기자]
네. 내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는 나 자신이나 배우자를 위해서 쓰겠다는 응답이 늘었다고 합니다.
정부가 3년마다 발표하는 노인실태조사 결과입니다.
65세 이상인 노인 1만여 명에게 어떤 재산 상속 방식을 희망하는지 물었더니, 일단 절반 이상이 장남을 우선으로 고려하기보다는 '모든 자녀에게 골고루 상속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다음으로 많았던 응답이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는 건데, 24.2%에 이릅니다.
4명 중 1명꼴로 상속하지 않고 내 여생을 위해 쓰고 가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응답은 2008년 조사 때는 9% 정도였는데요.
2020년에 17%로 늘었고, 4년 만에 20%를 훌쩍 넘겼습니다.
장남에게 더 많이 주거나 전부 상속하겠다는 응답은 6.5%밖에 안 됐습니다.
[앵커]
여전히 자식들에게 상속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본인과 배우자를 위해서 쓰겠다는 응답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네요. 배경이 뭘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웰 다잉'에 대한 노년층의 관심이 커지면서 재산상속에 대한 가치관도 변화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웰 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하죠.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 '신 노년'은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내 노후는 내가 챙기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겁니다.
또 고령화로 노년기가 길어지다 보니 남은 노년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고 싶어, 일정 정도의 소비력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활동적인 삶을 사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면서 일하는 노인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30%가 조금 넘었는데 2020년에 약 37%, 2023년에는 39%로 늘었습니다.
[앵커]
흥미로운 요즘 경제 이야기 오늘도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경제부 강은나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강은나래 기자 rae@yna.co.kr
[그래픽: 김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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