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K-컬처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지만 비싼 값에 티켓을 재판매하는 '암표'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대중가수의 공연은 물론 순수 공연에서도 암표가 횡행하고 있는데요. 여러 대응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우회하는 '꼼수'들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벌은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처벌 범위와 수준이 효력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먼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입장권 구매와 암표 판매의 실태, 그리고 가수와 소속사들의 고충은 뭔지, 오주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임영웅 티켓이 500만원?…가수·팬 울리는 '암표 거래' / 오주현 기자]
[기자]
직장인 김승현 씨는 2년 전 가수 임영웅의 팬인 할머니를 위해 친척들과 함께 콘서트 티켓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결국 원래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을 주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암표를 구했는데,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김승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티켓) 가격은 원래 15만 원대였는데 저는 두 배 정도 가격이어서 2장에 60만원대 중반에 구매를 했어요. 가격 자체는 비싼 게 맞는데 워낙 구하기 어려우니까 비싸다는 생각보다 빨리 이 티켓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아이돌 그룹 팬들 사이에서도 암표 거래는 일상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티켓 예매는 매번 하늘의 별 따기인데, SNS나 온라인을 통해서는 쉽게 암표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여은 / 서울 영등포구·K팝 아이돌 팬 > "아무래도 팬들 사이에서는 (암표로) 공연 티켓을 구하는 게 너무 당연시되어서 티켓을 못 구하면 다들 양도부터 생각을 하고, 그게 취소가 되면 '왜 내가 돈 내고 산 건데 취소를 하냐'라고 생각을 하지…"
모바일과 PC 이용이 활발한 젊은 층일수록 암표의 유혹을 크게 받았습니다.
공연 티켓 예매 경험이 있는 전국의 남녀 5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대의 32.8%가 암표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암표의 가격은 공연의 인기와 좌석 위치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합니다.
최근 가요계 은퇴를 예고한 '가황' 나훈아의 라스트 콘서트 티켓팅이 진행된 이후에도 이 티켓을 90만원에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은 온라인에서 500만 원대에 팔려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임영웅의 소속사 물고기 뮤직은 "예매처인 인터파크와 함께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예매된 티켓을 일일이 확인해 강제 취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암표는 팬들의 불필요한 지출을 유도하고, 가수와 소속사는 단속에 막대한 시간과 인력을 쏟아붓도록 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대중가수 공연뿐 아니라 순수공연에서도 암표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막한 뮤지컬 '헤드윅'의 경우 배우 조정석이 출연하는 회차는 전석 매진돼 티켓 예매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없지만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버젓이 '조정석 회차' 티켓 판매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난 1월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서울시향 협연 당시에도 암표 거래로 의심되는 티켓들이 발견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팬들의 공연 수요가 회복했지만 공연장의 수는 감소하며 티켓이 더욱 귀해지자, 외부에서 유입된 업자도 늘었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신발 리셀이나 다양한 한정품을 구매하시던 매크로 사용 업자들이 공연 시장으로까지 진출해서, 그들이 전문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하고 티켓을 미리 사재기해서 암표로 팔다 보니까 사실 단속하기도 더 까다로워졌고, 암표 거래도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죠."
가요계는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NFT 티켓을 내놓는 등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명쾌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TV 오주현입니다.
#암표 #임영웅 #매크로
[이광빈 기자]
K팝 공연시장을 어지럽히는 암표를 잡겠다며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개정된 공연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표 거래와 사기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개정 공연법의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최진경 기자입니다.
[적발 쉽지 않은 암표사기…개정 공연법 효과 있을지 / 최진경 기자]
[기자]
유명 K팝 아이돌 그룹의 팬인 A씨는 웃돈을 주고 팬미팅 티켓을 구하려다 25만 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봤습니다.
A씨는 팬클럽 가입자만 예매 가능한 티켓을 갖고 있다는 인증 사진을 확인하고 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사기범은 서버 문제를 핑계로 티켓을 계속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행사 시작 2시간 전까지 연락하며 만나서 주겠다고 안심시키더니 결국 자취를 감췄습니다.
암표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규제하는 개정 공연법이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개정법에 따르면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산 뒤 웃돈을 받고 다시 파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요. 현실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하지만 시행 이후에도 각종 공연 티켓 암표 거래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업계는 개정법의 실효성을 지적합니다.
최근 암표상의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데다 매크로 사용 여부를 파악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크로 공격에 대한 모니터링 및 차단을 하고 있다"면서도,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매크로 공격이 다변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동환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 "구매자와 판매상이 달라요. 매크로를 이용해서 구매된 티켓을 아르바이트들이 온라인에서 판매하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매크로를 이용해서 구매했는지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부분…"
암표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윤동환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 "해외 사례처럼 '정가 이상으로 판매하는 거는 모두 다 암표'다, 불법 행위라는 게 우선 규정이 되어야 하고요."
암표 처벌 규정이 담긴 경범죄처벌법을 손볼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암표를 파는 사람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에 처합니다. 이마저도 오프라인 암표 거래에만 적용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암표 통합 신고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신고자에게 사례를 하는 등 캠페인에 나섰지만 암표 근절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곽준호/ 변호사> "표 자체가 몇백만 원, 심지어는 몇천만 원까지도 팔리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그것의 수익에 비하면 벌금 자체도 좀 지나치게 낮은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의 수익에 비하면 벌금 자체도좀 지나치게 낮은 점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대만에서 걸그룹 블랙핑크 공연 계기로 촉발된 초고가 암표 논란에 대만 입법원이 암표를 판매하다 걸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및 최대 5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암표를 근절하려면 폭리 금액에 상당 액수의 벌금을 매기는 것도 방법으로 거론됩니다.
연합뉴스TV 최진경입니다.
#암표 #공연법 #경범죄처벌법
[진행자 코너]
국내에서 매크로를 활용한 입장권 구매 및 암표 판매로 골머리를 앓듯, 해외 주요국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에 각국은 관련 규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지난 1월 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해외 7개국의 공연 암표 규제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암표 판매 적발 시 벌금이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1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미국은 매크로를 이용한 입장권 구매 및 재판매의 경우 최대 1천500달러, 한화로 약 200만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한 차례 벌금형을 처한 뒤 추가로 위반할 경우 벌금은 최대 5천달러, 한화로 약 670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매크로 이용 및 제작에 관여할 경우에도 금고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입장권을 구입가보다 비싸게 재판매하는 것을 불법 전매로 규정하고, 법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 한화로 약 89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입장권을 액면가나 정가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재판매하면 모두 암표로 간주해 처벌합니다. 재판매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됩니다. 벌금은 티켓 액면가나 정가의 10배에서 50배에 달합니다. 매크로로 티켓을 구매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300만 대만 달러, 한화로 무려 1억2천6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대만에서는 암표 단속도 일반적으론 행사 담당 업체의 신고로 이뤄지나, 티켓 확보가 어려운 공연에 대해서는 관할 주무기관이 재량권으로 조사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는 재판매 금액이 액면가의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5만 캐나다달러, 한화로 약 5천만원의 벌금 또는 2년 미만의 징역에 처합니다.
프랑스는 암표 판매 적발 시 1500유로, 한화로 약 22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적발 횟수에 따라 벌금이 3만 유로, 한화로 약 4천400만원까지 올라갑니다. 티켓 재판매는 관계기관의 승인을 받은 업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벨기에선 티켓을 원래 가격보다 높게 판매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불법 전매 방지책으로 티켓 구입 시 신분증으로 실명인증을 하도록 하고, 공연장 입장 시에도 신분증을 제시해 구매자와 참석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이광빈 기자]
암표 문제가 횡행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부족한 공연시설 때문입니다. 공연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대형 공연장을 두고 '대관 전쟁'이 벌어지고, 해외 가수들은 공연을 기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인지, 한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K팝 성장에도 공연장은 태부족…"정부·지자체 협조 필요" / 한웅희 기자]
[기자]
최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콘서트.
국내외 팬들이 몰리면서 이틀 연속 3만석에 달하는 관객석이 꽉 찼습니다.
인천아시아드 경기장에서 단독 K팝 콘서트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통과 공연 인프라 취약한 탓인데, 특히 서울이 아닌 인천을 무대로 삼은 건 마땅한 공연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규모가 큰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잔디 보호로 대관이 어렵고, 올림픽공원 KSPO돔은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부족한 공연 인프라 탓에 수도권 공연시설은 그야말로 대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그마저도 대형 공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대다수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근에서야 콘서트 전용 공연장이 생겼습니다.
지난달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1만5천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벌써부터 60% 이상이 K팝 관련 공연이 계획될 정도로 수요가 높습니다.
글로벌 밴드 '마룬파이브'의 내한공연이 이뤄졌을 당시 시야와 음향, 조명은 물론 실내 대기 장소와 다양한 볼거리를 함께 제공해 관객들의 큰 호응도 얻었습니다.
<장현기 /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상무> "콘서트나 뮤지컬, 스포츠 이벤트 같은 라이브 콘텐츠가 점점 대형화되고 고도화되고 있어요. 저희는 조명, 음향, 리딩 장치, 이런 기술들이 전부 그런 대형 콘텐츠를 다 수용할 수 있게끔 설계돼 있습니다."
공연장 부족 문제는 해외 아티스트의 이른바 '서울 패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밴드 '콜드플레이'는 공연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아시아 투어 일정에서 한국을 제외했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각각 2회, 4회씩 공연을 펼칩니다.
국내 가수들도 공연장이 없어 해외로 나가는 추세 속에 국내팬들을 소홀히 한다는 원성과 암표 문제는 오로지 가수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그룹 '2PM' 팬들은 15주년 콘서트가 열리는 잠실 실내체육관이 팬덤 규모에 비해 너무 작다며 트럭 시위까지 했습니다.
<이종현 /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회장> "투어 자체를 외국에 시선을 돌려서 먼저 잡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한국 팬들이 굉장히 원성이 많죠. 한국에서 K팝 K팝 해서 굉장히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정작 내수 촉진을 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거죠."
공연업계는 공연장 확보를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를 문제로 꼽았습니다.
서울 창동에 건립 예정이었던 '서울 아레나'는 지난해 말 착공식을 연기한 이후 뚜렷한 진척이 없습니다.
고양시에 조성 중이던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역시 지난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자체들은 새 공연장 확보 외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형 공연장이 마련될 때까지 대안 공간을 마련하거나 지방 공연을 유치하는 등의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종현 /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회장> "일단은 갖고 있는 공간들의 허들을 좀 낮춰줘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공원이라든지 이런 쪽의 다중이용시설들을 좀 협조를 구해주면 좋겠는데 민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부분이고…"
K팝 인기를 무색하게 하는 국내 공연 인프라.
K팝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나 지자체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한웅희입니다.
#대형_공연장 #대관_전쟁 #K팝
[클로징: 이광빈 기자]
암표는 갑자기 생긴 게 아닙니다. 이미 50여년 전 관련 법률이 만들어졌으니 나름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암표 관련한 문제가 왜 최근 들어 이렇게 주목받는 것일까요? 일부 문제로 보기 어려울 만큼 조직화하고 광범위해졌기 때문입니다.
암표 시장은 '팬심'을 악용해 커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고 싶은 마음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즐기려는 팬들의 마음에 '매크로 암표' 업자들이 생채기를 남기고 있습니다. 팬들은 업자들의 프로그램과 힘겹게 싸워 표를 구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일부 팬은 암표 구매를 당연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공연 업계는 매크로 방지 기술을 도입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매크로 암표' 업자들은 기기 대여에 아이디 옮기기 등의 편법을 동원하며 방지 노력을 무력화시킵니다.
언제까지 불법이 자행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어야 할까요?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처벌 규정을 좀 더 현실화해 티켓 구매 문화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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