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리포트 맥]
[앵커]
집회, 시위라면 어떤 단어들이 생각나시나요?
혹시 복면과 쇠파이프, 그리고 이에 맞선 살수차와 물대포 아니었는지요.
최근 도심 집회는 축제나 문화제처럼 촛불과 휴대전화 불빛으로 민심을 표현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얼마나, 또 어떻게 달라진 걸까요?
신새롬 기자가 현장IN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북과 꽹과리를 치며 행진하는 학생들.
피켓 위 문구만 없다면 2002년 월드컵 붉은악마의 함성이 돌아온 듯 합니다.
<현장음> "we will, we will rock you rock you~"
DJ트럭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빅뱅의 '뱅뱅뱅'을 개사해 구호를 외칩니다.
<현장음> "박근혜 오늘 밤 끝장 보자! 빵야 빵야 빵야!"
'하야'를 부르짖는 개사곡도 인기만점입니다.
<현장음> "하야하야하야~ 국민하야~ 좋아 좋아 좋아."
가수들의 무대에 떼창을 부르기까지 '서울하야페스티벌'이라는 표현까지 사용됩니다.
처음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익숙한 대중가요를 함께 불렀고, 평화적 분위기에 동질감을 키웠습니다.
<고재향 / 고등학생 2학년> "오늘 집회 처음 나와봤는데, 집회하기 전에는 경찰들이 다 막아서 시위를 못하게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자유롭게 시위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지인 / 경기도 성남시> "경기도에 사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이자리 나오기까지 용기를 내서 나왔는데요. 굉장히 분노에 차서 왔는데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고, 희망을 느끼게 됐습니다."
무거운 담론과 격렬한 충돌을 동반했던 1980~90년대 시위.
마이크를 통해 전해지는 시위구호와 메시지는 과격했고 스피커를 통해 울리는 목소리는 가열찼습니다.
하지만 이제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었던 손에는 촛불과 휴대전화가, 투쟁의 머리띠와 복면 대신 패러디 피켓와 가면이 등장한 겁니다.
<이병훈 / 중앙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이번 시위는 그런 점에 비추어서는 평화적이고 시민들이 성숙된 모습으로 질서있게 집회를 운영하는 점도 달라진 것인데 집회에 대한 경찰력도 과거처럼 탄압하거나 자극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하니, 서로간에 질서있고 평화적인 형태로…"
자칫 과격 양상으로 흐를라치면 시민과 경찰이 함께 "비폭력"을 외치는 광경도 보였습니다.
부상자에 신속하게 길을 터주고 집회가 끝난 뒤 뒷정리까지, 성숙한 시위문화는 곳곳에서 빛났습니다.
정치적 색깔이 덧씌워진 외부세력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자발적인 참여로 시위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달라진 점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을 통해 뜻을 모으고 평일 저녁 강남역과 신촌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연 대학생들.
정치적 집단에 소속되길 꺼렸던 학생과 시민들은 호응했습니다.
<임정원 / 숨은주권찾기 TF장> "총학생회는 정치적 집단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총학에 가지는 이미지가 각 학교마다 있었던 것 같고요. 시위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가지는 그런 부분들 때문에 기존 시위가 포섭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시위를 기획하고 혼자서 시위에 참석하는 이른바 '혼참러'가 생겨나는 등 '시위의 개인화'가 시위의 본래 속성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집회를 즐기기 위해 참여하는 이들로 시위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이택광 / 경희대학교 교수> "시위에 모이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그런 방식이 출연할 수 있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데 그것이 과거와는 달라진, 시위를 하고 그 시위에서 뭔가 요구하고 그것을 관철시키려하는 태도들은 상당히 많이 약화되죠."
아직 이 시위를 온전히 평가하기 위한 변화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위 그 자체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은 운동권과 시민사회의 구분이 없어지고, 다양한 표현 방식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존중되는 성숙된 시민 민주주의의 모습이었습니다.
2016년 11월, 밝게 켜진 도심의 촛불은 다양한 참여자들 만큼이나 각기 다른 속내를 가지면서도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100만 시민의 시위 방식은 달라졌지만, 국가를 개조하고, 민주주의를 복원해내려는 열망과 의지만큼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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